#. 귀찮게 살자.
'아. 역시 천원이 더 비싼 이유가 있었구먼'
'왜? 다듬어 놓은 게 있었어?
'응'
평온한 주말
늦은 점심을 위해
남편이 사들고 온 쪽파를 다듬고 있었다.
묵직한 파 한 단을 풀어놓고 다듬고 있으니
싱크대 안이 꽉 차 있었다.
졸졸졸졸 물을 틀어놓고 파하나 하나 다듬어
물에 헹궈 통에 담았다.
수북하게 담아지는 푸르고 싱싱한 쪽파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 생강향 너무 좋다'
뒤에서 생강을 다듬어 썰던 남편이 말한다.
'그치?'
이 사람이 이런 향을 좋아했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모든 게 너무 편리하고 쉬워진다.
조금 귀찮아 보여도 직접 주무르며 다듬으며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이 있다.
세척된 것. 다듬어진 것에 천 원을 더 주고 누리는 편안함이란.
파란 쪽파를 보며 '아-참 싱싱하다' '초록이 너무 예쁘다'
생강을 직접 다듬으며 '아 생강향이 참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렇게 마음에 담아질 수 있는 순간이 새삼 좋다고 느껴졌다.
조금은 귀찮아도 좋다.
소소하게 그 순간이 참 행복하다 라고 느꼈다.
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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