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도 이어달리기 그리고 철분제
수술할 때 이산화탄소 가스를 몸안에 주입한다고 한다.
수술 후에 몸안에 남아있는 가스 때문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너무 고통스럽고 아팠다.
그냥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아프지 않기 위해선 가스가 빨리 빠지도록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뭉쳐서 더 아플거라고.
가혹하다.
그냥 두질 않는다.
계속 이렇게 아플 바엔 빨리 없애버리자 싶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더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픔을 감수하며 몸을 움직이는 선택을 해야 했다.
소변주머니가 달린 링거대에 몸을 의지하여 밀며 걷고 또 걸었다.
걷다 보면 정말 고통이 덜해짐을 느꼈다.
고인 피를 받아내는 주머니를 아랫배 춤에 대롱대롱 매달고.
그렇게 병동을 빙글빙글 돌고 또 돌았다.
나뿐만이 아니다.
다들 그렇게 같은 자리를 빙글 빙글 돌며 각자의 고통을 감내해 가고 있었다.
매일같이 돌고 돌다 보니 같은 층 안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생긴다.
눈인사를 나누는 사람도 쟁여둔 간식을 슬쩍 나누는 일도 생겼다.
서로가 어떤 마음인지 말을 나누지 않아도 아는듯하다.
그러다 어느 날 보이지 않는다.
서운함 아쉬움은 없다.
그저 앞으로 더 건강하길 마음으로 빌어준다.
몸안에 이산화탄소 말고도 나를 아주 힘들게 한 잊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수술 후엔 온전한 나만의 가스(?)가 배출되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일주일 다 되도록 소식이 없었다.
쫄쫄 굶었다.
사람이 이렇게도 살아지는구나.
방귀가 이토록 간절할 날이 오다니.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이구나.
그런 와중에 내심 살 좀 빠지겠거니 기대하기도 했다.
살만했나 보다.
링거의 힘은 대단하다.
입으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나를 온전히 살아있게 또 유지하게 해 주었다.
고. 고맙다.
철분제.
빨간약 하면 나는 그 흔한 빨간 소독약이 아닌 철분제가 떠오른다.
철분제 너란 녀석. 웬만하면 '다시 만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라고.
몸에서 벽돌을 만들어 빼내는(?) 묘기를 부리게 될 수 도 있다.
하. 화장실 벽을 잡고 여러 번 울었다.
회진하시는 선생님에게 제발 변비약 좀 주세요 애원했었다.
더 설명하고 싶지만 참도록 하겠다.
정말 철분제와 벽돌을 뽑아낸 고통스럽고도 신기한 경험의 시간.
수술을 한 후 금방 퇴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집에서 스스로 회복해야 했다면 가족들도 나조차도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너무 고통스러웠던 가스의 고통, 늘 달고 다니던 배주머니, 소변주머니. 수술부위에 소독.
병원에서 매일 관리받으며 회복할 수 있었던 그 2주라는 시간이 있었던 게 너무 감사하다.
입원 동안 늘 만났던 성실하고 친절했던 간호사분들 의사 선생님들
퇴원할 즘엔 헤어짐이 시원 섭섭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시 만나지는 맙시다.
덕분에 씩씩하게 퇴원했습니다.
마음으로 감사인사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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